교실 청소 vs 교무실 청소
중학교(1천333명, 44학급) 학생이 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교장과 학생이 인권위에 불려 나왔다. ▲ 학생 :“교직원들을 평소 존경하지만, 우리가 왜 교직원들이 사용하는 공간까지 청소를 해야합니까? 이것은 인권 침해입니다” ▲교장 : “자신의 주변을 정리할 줄 알고 쾌적한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학급 및 학교의 모든 구역을 적절히 배분해 청소를 하고 있다. 이는 공동체 문화를 조성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인성을 함양하는 차원에서 학교가 생긴이래 실시하고 있으며, 학교의 모든 교육활동과 마찬가지로 청소 또한 잠재적 교육과정으로 이미 교육과정에 반영돼 있다”
인권위원장은 이 사안을 판단하기에 앞서, 관련전문가들을 증인으로 소환했다.
▲교대 교수 : “학생 스스로의 자각이 없는, 일방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형태의 교육으로 인성교육이 될 것 같지 않다. 잠재적 교육과정은 교직원과 학생들과의 관계속에서 보이지 않게 교육되는 것인데, 청소배정은 강제적인 것으로 잠재적 교육과정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 비자발적 방법으로 청소를 배정하는 것 인권침해이다”▲변호사 : 법령으로 학칙에 위임하지 않았다. 청소시키는 것이 인성을 함양하는데 도움을 줄 것 같지 않다. 행동자유권을 침해한 강제노동이다”
인권위원장은 학생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다음과 같은 근거를 들었다.
▲인권위원장 : 교육 목적이 정당하다 할지라도, 강요나 복종의 수단을 쓰면, 비인간적 심성을 배우게 된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공간 외에 다른 공간을 청소배정 할 때는 반드시 자발적 신청에 의하고, 교내봉사활동 시간을 인정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헌법 제10조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했다”
인권과 교육은 상충하는 가치가 아님에도 교육행위가 인권위에 제소되곤 한다. 대표적으로 일기장 검사, 체벌, 기숙사운영 등이 인권침해로 권고돼 시정을 요구받았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아무리 교육적 목적이 있어도, 그 수단이 강제적이면 안 된다는 취지다. 교실청소,과학실,음악실,미술실 등 학생들이 직접 사용하는 교실이라 할지라도, 사용 후 뒷정리 하는 정도는 몰라도, 강제적으로 청소를 시키는 것 자체는 인권침해라는 판단이다. 교육의 근본 문제 중에 풀기 어려운 대표적인 난제가 있는데, ‘자발성과 강제성’에 대한 것이다.
과거 심심치 않게 들었던 얘기 중에 이런 것이 있다. “죽지 않을 만큼만, 두들겨 패서라도 공부 잘하게 해달라”, “공부는 누군가 잡아줘야지, 혼자는 힘들다”, “야간자율학습을 진짜로 자율로 하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을 거다”, “말이 자발성이지 사실은 비교 경쟁이 있어야, 동기가 유발된다.”, ”유사 이래 자발적인 공부란 없다.” 이런 논리들은 그동안 교육의 본질을 위협해온 전통적인 교육 방법을 두둔하는 논리들이다. 이론적으로는 학생들에게, 내적동기를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교육자들은 잘 안다. 하지만, 끊임없이 공부 상처로부터 도피하고자 하는 이 근본적인 욕망에 맞서서,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책상 앞에 잡아놓아야 하는 교육자의 숙명 같은 것이 있다.
교실청소는 인권침해가 아니지만, 교무실청소는 인권침해라는 인권위의 판단은, 언뜻 보기에는 학생공간 여부가 판단의 기준인 것처럼 보이지만, 청소라는 행위가 교육 수단으로서의 정당성을 상실했음을 국가적으로 확인시켜 준 것이다. 더 나아가 독수독과(毒樹毒果) 이론처럼, 수단이 정당화 되지 않는 교육목적은 성립할 수 없다는 웅변이기도 하다. 교육행위가 시작된 이래 가장 어려운 질문은 이것이다. “너는 왜 너 스스로, 자발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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