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창]코끼리와 기상캐스터 /광주드림
“인간의 생각, ‘선이해’ 프레임 벗어나기 힘들어”
프레임 이론을 우리에게 알린, ‘코끼리는 생각 하지마’라는 책이 있다. 어느 날 교수는 학생들에게 코끼리는 ‘절대 생각하지마’라는 숙제를 부여했다. 어떤 학생도 통과하지 못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면 할수록 코끼리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프레임 이론이다.
말은 태어날 때, 의미가 달라붙어 있어서, 말소리 소리만 듣고도, 금방 맥락적 의미를 알아들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사람들이 “컵 가져오세요!” 했는데, 숟가락을 가져오지 않는 이유는 컵의 생김새와 기능, 의미 등을 이미 소통 가능케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화된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보편적 언어의 맥락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코끼리’라는 말을 듣는 순간, 우리는 자동으로, 거의 반사적으로, 즉각적으로, 엄청나게 크고, 뚱뚱하고, 상아가 달려 있고, 긴 코를 손처럼 움직이는 코끼리를 생각해 낸다. 언어 창조 단계에서 이미 맥락과 의미가 반복되면서, 사회성을 획득하기 때문에 자기 혼자 코끼리를 ‘뱀’으로 생각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코끼리를 그리라고 했더니, 자꾸 뱀을 그리고 있는 학생이 있다고 치자, 주변의 친구들이” 이게 어떻게 코끼리야?, 야! 그건 뱀이야! “ 라고, 말하자, 그 친구는” 아니야 분명히 코끼리야! 너희들 코끼리 한번도 안 봤지? 정말 코끼리를 보면 이렇게 생겼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거야, 한번 직접 보라고!”라고, 말한다. 너희들이 잘못 봤을 수도 있으니, 다른 반 친구들한테도 물어보자고 한다.
한 방송국의 일기예보 시간에, 일기예보 진행자가 미세먼지 지수가 1% 미만인 것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한, 1자 표시가 특정 정당의 선거운동을 노골적으로 한 것이라고 타당 대표가 문제로 삼는 일이 있었다. 이에 대해 해당 방송사는 2월에 미세먼지 농도가 1㎍/㎥까지 떨어지는 게 자주 관측되는 건 드문 일이어서 1이라는 숫자를 강조했고, 색깔은 환경부에서 낮은 미세먼지 농도를 나타낼 때 사용하는 파란색을 입혔다고 설명했다.
이에 특정 정당 선거운동이라고 주장하는 다른 당 대표는 언론을 향해, “못 보신 분들은 한번 보세요. 제가 무리한 얘기를 하는 것인지를요”라고, 말하며, 전 국민의 시청을 권했다. 그래서 많은 국민이 정말 선거운동을 했는지 판단하기 위해서, 다시 보기를 찾아서, 그 일기예보를 시청 했다. 과연 문제의 일기예보가 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 한 조사 기관에서 국민 1000만 명을 대상으로 의견조사(?)를 해서, 곧 발표할 거라는 괴소문(?)도 있었다.
한 해석학자에 의하면, 인간의 생각은 ‘선이해(선입견)’의 프레임을 벗어나기가 힘들다고 한다. ‘바이든’이라는 선이해를 가지고 들으면 ‘바이든’으로 들리고, ‘날리면’ 이라는 선이해를 가지고 들으면 ‘날리면’으로 들린다. 객관의 문제가 아니라, 주관의 선이해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선이해가 다르기 때문에 한쪽에서는 물이 반 잔 비어 있다고 주장하고, 한쪽에서는 물이 반 정도 채워져 있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객관이나 팩트의 영역이 아니다. 팩트와 현상은 하나인데, 해석이 다른 것은 주관의 숙명이다. 프레임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개 눈엔 똥(?)만 보인다는 우리네 속담이 있다. 개의 선이해(?)의 프레임에서 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 개의 처지에서는 억울하다. 모든 것이 똥으로 보이는 것을 어쩌란 말인가? 그럴 수밖에 없다. 그냥 개이기 때문이다.
멀쩡한 일기예보를 한 기상캐스터가 갑자기 선거운동 논란에 휩싸였으니, 뭐에 물린 것처럼 황당할 듯하다. 수준이 높은 국민이 똥인지 된장인지 그때마다 간을 봐야 하는 이 곤혹스러운 상황은 언제 끝날 수 있을까? 혀가 타들어 가고, 개싸움(?)은 끝이 없다 2023.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