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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를 서성이는 아이들과 ‘솜사탕 학교’ [광주드림 이재남]

물고기와대화 2023. 7. 12.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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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복도를 서성이는 아이들이 있다.

 특수학급에도 가지 못하고, 일반학급에도 가지 못하고, 복도를 서성이는 아이들. 보건실에 갔다, 교무실에 갔다, 교장실에 갔다, 돌봄교실에도 갔다가, 외부교육 시설에도 갔다가, 끝없이 서성이며, 정상에도 특수에도 분류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특수교육은 판단기준에 따라 체계적인 교육과정의 지원도 받고, 전담인력도 있지만, 이 친구들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

 이 친구들을 부르는 고상한 표현들이 있다. 경계선 학습자, 교육과정 부적응, ADHD, 정서·행동 장애, 느린 학습자 같은 개념들이 있다.

 학생들이 줄어들고, 학교를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기 시작하고, 교육복지개념이 강화되면서 이런 친구들이 더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이 친구들은 현재, 보통의 교실에서, 일반 선생님들이 맡고 있지만, 점점 그 수가 늘어나고 있어서,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 국민건강보험 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의 10명 중 6명이 10대에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경계선 학습자, 교육과정 부적응, ADHD…

 

 교실 속에서 이 친구들을 잘 교육할 수 있는 자원이 선생님의 ‘열정 페이’뿐이다. 당연히 다른 친구들에게 소홀해질 수 있는 여건이 되고, 다수의 학부모님은 불편해한다.

 교사 처지에서는 과거처럼 엄한 통제를 통해서 훈육할 수도 없다. 조금이라도 인권 친화적이지 않은 교습법을 사용하면 문제가 되기 때문에, 힘든 고통의 나날이 계속된다.

 중고등학교는 학칙이나 관련 법규라도 있어서, 강제적인 측면도 있지만, 초등은 꼼짝없이 학교가 껴안고 있다. 교장 선생님까지 나서서, 학교 자원을 총동원하지만, 전담인력이 졸졸 따라다니지 않는 한 뾰족한 방법도 없다.

 혹자는 당연히 교사가 양심적으로, 헌신과 사명감을 가지고 돌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얘기할 수 있겠지만, 이것은 차원이 다른 얘기다.

 아이들 처지에서 보면, 딱딱한 책상에서 온종일 외계어(?) 같은 말을 들으며, 친구들의 눈총을 받으며 하루하루 생활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겠는가.

 조금이라도 힘을 내서 수업을 참여해 보지만, 금방 흥미를 잃고 딴짓을 할 수밖에 없다.

 교사가 끊임없이 흥미를 갖도록, 동기 유발을 하지만, 하루 이틀이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이 친구들을 위한 중간지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가칭 ‘솜사탕학교’같은 것을 만들면 어떨까.

 

 ‘쉬면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학교’

 

 짧은 기간에 정규 교육과정을 벗어나서 심신을 회복하고, 다시 원적 학교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정규 교육과정 회피 기제나 낙인효과로 작동하지 않기 위해서, 기간과 횟수를 적절하게 강제하는 보완장치도 필요하겠다. 물론 학부모의 의무적인 참여나, 의료, 상담, 복지 등 사회적 자원이 입체적으로 투입하여, 구조적인 낙오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겠다.

 한때, 영어 광풍이 불 때, 모든 교육청에서 일제히 영어센터를 만들어서, 영어 집중교육 시스템을 구축한 적이 있다.

 어쩌면 교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복도를 서성이는 친구들의 대책을 세우는 것은, 교육적으로 더 중요한 일일지 모른다. 적은 숫자이지만, 학교 교육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솜사탕 학교’ 같은, ‘쉬면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학교’를 만들어서, 학교 구성원 모두가 행복할 방안을 찾아보면 좋겠다.

 

 이재남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정책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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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광주드림(http://www.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