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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평가는 학생을 어떻게 좌절시키나?[광주드림 이재남]

물고기와대화 2023. 11. 1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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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창]한줄세우기 평가, 다수를 낙오시키는 동물적 경쟁 체제

 

 

광주의 한 혁신학교 강연회에서 나온 한 자료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우리 학교 급식에 나오는 소고기는 1등급인데 우린 왜 이렇게 3등급 이하가 많을까….” 부산의 한 여고생의 독후감에서 나온 글귀라고 한다. 중학생들은 고등학교에 들어오면서 큰 충격을 받는다고 한다. 등급화된 시스템으로 급격하게 흡수되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심리적 압박 때문이다.

 최근에 이 상대평가가 주는 학생들의 심리 현상을 연구하여 심리학회지에 발표한 전희정에 의하면, 고입과 동시에 학생들은 몇 가지 단계를 거쳐 부정적으로 변화된 자아상을 갖게 된다고 한다.

 

 첫째, 고등학교 들어가서 첫 번째 겪는 충격은 ‘등급 확인의 충격’이라고 한다. 고등학교 첫 성적표를 받고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흥미와 기대를 잃거나 불안해지고, 처참해지며, 신체적 증상까지 나타난다고 한다.

 

     둘째, 친구 관계가 서열 경쟁자로 변질된다고 한다.

 더 이상 교우가 아니라, 경쟁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인간관계의 정체성의 혼란감, 암담함을 느낀다고 한다.

 

 셋째, 자신의 내신등급이 온몸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상태가 지속되어,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학업 성취 욕구가 좌절되고, 작은 실수에 대한 자신에 대한 채찍질, 학교 교육에 대한 불만, 등급 피라미드의 암울한 장벽을 느끼고, 어떤 노력도 통하지 않는 현실에 공포와 좌절감을 경험한다고 한다.

 

 넷째, 최종적으로는 등급 딱지가 주홍 글씨처럼 가슴에 새겨지는 내면화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개성은 사라지고, 등급이 곧 인생의 징표가 되고, 늘 등급 비교가 내면화되고, 우울감, 낙담, 패배감이 일상이 되어, 부정적인 자아상을 갖게 된다고 한다. 물론 배타적 우월감 같은 것도 함께 찾아온다.

 이런 연구 결과를 접할 때마다 어쩌면 우리는 이런 식으로 얼버무렸을지도 모른다.

 ‘ 인생이란 그런 거야, 다 그러면서 크고, 단단해지는 거야. 우리 때도 다 그랬어. 그걸 이기고 성장해야지 크게 되는 거야. 잘하고 있어.’

 

 과연 그럴까. 선생님과 부모님의 격려가 공허한 것은 왜 그럴까.

 최근 2028년 대학 입시 방안이 발표되었는데, 쟁점 중 하나가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다.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라 최소한 고교 정상화 차원에서, 절대평가를 전면 도입할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내신 전 과목 상대평가로 돌아서면서, 강제 야자와 사교육 광풍이 재현되는 것 아닌지 우려가 크다.

 등급을 완화하고, 여러줄로 학생을 진학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국가도, 대학도, 사회도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할 판에, 한 줄 세우기로 등급 매기는 기술만 발전시키고 있다.

 언제까지 다수의 젊은이를 낙오자로 만드는 이 동물적인 경쟁체제를 지속할 것인가.

 이재남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정책과장)

 

https://www.gjdream.com/news/articleView.html?idxno=636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