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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코페르니쿠스, 자율 인간

물고기와대화 2023. 2. 2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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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20180416()

 

 

선생님이 물었다. “해는 어느 쪽에서 떠서, 어느 방향으로 지는가?”

 

.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집니다.” 당연한 답변이다. 우리는 매일 확인한다. 두 눈으로, 명확하게, 의심 없이, 매일 반복적으로, 누구에게나 똑같이 확인되는 사실은 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는 사실이다. 누가 이걸 의심한단 말인가? 지금도 인간의 경험 세계에서는 도저히 의심할 수 없는 명백한 현상이다.

 

그러나 이 현상을 근본적으로 의심하고, 태양이 떠서 지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돈다는 생각을 한 이가 있었으니, 지금으로부터 545년 전에 태어난 코페르니쿠스다. 그의 이런 생각이 출현한 것은 현생 인류가 시작 된지 약 10만 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의 일이다. 지동설은 그래서 10만 년의 세월 속에서 잉태된 사유다. 10만 년 만에 등장한 이 진리 사유가 금단에서 풀려나기까지는 그 후로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방송에서 흘러나왔다.

 

여러분! 구명조끼를 입고, 배 안에서 가만히 있으세요!” 우리는 배웠다. 위기 상황에서는 우왕좌왕하지 말고, 통제부의 안내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대기해야 한다는 것을. 그것은 우리의 DNA. 경거망동하지 마라, 질서를 지켜라, 혼자 살려고 발버둥치면 다 죽는다. 때가 되면 구조대가 나타날 것이다. 그때를 대비해서 침착하게 서로 의지하며 대비해야 한다. 맞다. 누가 이 행동 지침을 의심한단 말인가? 그것은 의심할 수 없는 경험적 진리였다.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는 것처럼. 그 믿음은 지동설의 충격처럼 결국 우리 모두를 깊은 바다 속으로 인도하고 말았다.

 

4년 전, ‘가만히 있으라는 그 방송은 마치, 10만 년 동안 인류가 매달려온 천동설을 닮았다.

 

우주의 중심이 지구라는 이 신화는 어떻게 무너졌는가? 하늘과 지구 중심의 중세 세계관을 무너뜨린 힘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 그것은 모든 것을 회의하고 비판적으로 성찰하라는 인간 이성의 분출이었다.

 

가만히 있으라는 이 근대화의 화신은 그날 진도 팽목 앞바다에서 우리 아이들을 삼켜버린 괴물이었다. 이제 우리는 끊임없이 가만히 있으라고 세뇌하는 이 괴물에 맞서야 한다. 그 위대한 자각이 결국 촛불의 바다를 일렁이게 했다. 그 바다 밑에서 잠자고 있던 소중한 것을 깨워 건져 올렸다. 나는 그것을 자율 인간이라고 명명하고 싶다.

 

자율 인간은 통제 중심의 질서를 거부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추구하며, 그 결과를 반성적으로 되돌아 볼 수 있는 인간을 말한다. 그래서 자율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비판 능력개인의 추구. ‘비판개인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가장 온전하고 시급히 회복시켜야 할 가치라고 생각한다. 무엇인가를 비판한다는 것은 그것의 한계를 더듬어 보는 과정이다. 경계를 확인하는 과정은 인류가 진보하기 위한 유일한 기제다. 천길 낭떠러지의 두려움을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은 자유의 추구를 그 본질로 한다.

 

개인의 자유와 행복 추구는 어떤 이유로든지 침해되어서는 안 되며, 수단화 되어서도 안 된다. 다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개인의 자유와 행복이 커질수록 우리 모두의 자유와 행복도 함께 커진다는 믿음과 사회적 실천이다. 자율 인간에게 요구되는 비판적 이성개인 추구의 가치를 함양하기 위해 광주교육청은 4년째 세월호 추념 주제를 자율 인간으로 설정하고 있다.

 

다시는 우리 아이들을 차가운 바다에 방치하는 일이 없게, 교육자들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는 아침이다.<이재남 광주교육청 정책기획관>

 

 

http://www.kwangju.co.kr/read.php3?aid=1523804400628918131

 

[이재남 광주시교육청 정책기획관] 세월호, 코페르니쿠스, 자율 인간

선생님이 물었다. “해는 어느 쪽에서 떠서, 어느 방향으로 지는가?” “네.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집니다.” 당연한 답변이다. 우리는 매일 확인한다. 두 눈으로, 명확하게, 의심 없이, 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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