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드림] 이강인을 위한 변명 이재남
어렸을 적에 어른들께 들은 말 중에 이런 말이 있었다. ‘고춧가루 한말을 들이키고, 뻘속 30리를 기어간다.’ 매운 고춧가루를 한말씩이나 들이켰으니, 온몸에 열기가 엄청났을 것이고, 그 성질로 뻘속을 기어서 30리를 간다고 했으니, 우리네 성질이 얼마나 ‘화통’한가를 잘 상징해 주는 표현이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은 시쳇말로 성질을 건드리면 안 된다. 우리 국민 정서에는 이런 에너지가 늘 꿈틀거리는 것 같다. 과거에는 이런 인성을 ‘냄비근성(?)’이라고 비하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는 이 특성을 ‘다이나믹 코리아(?)’, ‘역동적 코리아’ 라고 부른다. 이것은 훌륭한 생산의 에너지이지, 비하할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런 에너지가 지금 한 스포츠스타에게 쏟아지고 있다.
재능 있는 젊은 축구선수가 뭇매를 맞고 있다. 한마디로 9년 선배 대스타를 향해, 건방지게 (싹수없이?) 대들었다는 것이 뉴스로 알려지면서, 평범한 사람들에게 ‘그건 아니지’라는 정서를 자극하고 있는 것 같다. 아시안컵 4강이라는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그 시기에 국가대표팀 안에서 선수들끼리 다툼이 있었다는, 기본적으로 용납이 안 되는 처사인 것은 분명하다. 감독, 코치, 축구협회 등 관계자 모두가 머리를 조아려야 하는 처지로 몰리고 있고, 급기야 이강인 선수는 공개 사과문을 SNS에 올리는 처지가 되었다.
이강인 선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날아라! 슛돌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인기를 끌었고, 고인이 된 유상철 감독과의 인연이 훈훈한 미담으로 회자 되기도 했다. 그는 스페인 발렌시아 프로팀, 청소년국가대표, 월드컵 국가대표, 스페인 레알 마요르카를 거쳐 지금은 파리 생제르맹에서 유명 선수 음바페와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다. 어린시절부터 꿈을 키운, 축구선수가 축구 선진국인 유럽에 가서 프로에 성공적으로 안착하여 재능을 발휘하고 있는 아주 좋은 사례이다.
최근 이 선수가 참여했던 기업들의 광고가 대거 계약이 해지되고 있다. 최근의 언행이 악재로 작용하여, 국민적 공분(?)이 이 선수에게 집중되면서,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하나둘씩 억지 손절을 하고 있는 듯 하다. 나는 이강인의 이번 물의는 다른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들과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일탈이나 사회 미풍양속을 헤치는 심각한 비리나 부정을 저지른 사건이 아니라는 말이다. 다만,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혈기 왕성한 선수들이 서로 기 싸움 같은 다투는 과정에서, 손가락이 탈구되는 일이 벌어졌기에 다소 선정적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나무라고 매장 시킬만큼 사회적 비난을 받을 일인가에 대해 생각해 봤으면 한다.
23세의 그는 아직도 많은 시간, 축구 재능을 펼쳐 보여야 할 젊은 선수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하고, 좌절하며 성장한다. 너무 나무라지 말자. 축구 스타를 꿈꾸며 지금도 땀을 흘리고 있는 어린 선수들이 많다. 그는 수많은 슛돌이의 본보기이다. 그가 한국을 위해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장면도 우리의 소중한 자원이다. 모든 인간은 한순간의 실수를 자양분 삼아 성장한다. 특히, 실수를 허용하고, 실패를 보장해 줘야 할 젊은 시기에는 더 그렇다. 이강인 선수를 위한 변명은 그의 잘못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그의 성장을 위한 따뜻한 시선과 응원을 호소하는 것이다. 손흥민 선수를 비롯한 주변의 선배 등 축구인들이 이강인이 다시 힘을 내서 유럽 무대에서 훨훨 날 수 있도록 따뜻한 손을 내밀어 주면 좋겠다.
이강인을 위한 변명 (이재남 전국시도교육감 협의회 정책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