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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교육에 대한 오해?

물고기와대화 2023. 5. 25.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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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 2019.06.18.

 

몇 주 전 교육부 주관 해외교육연수를 다녀왔다. 스웨덴과 핀란드 교육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였다. 핀란드는 PISA 등 국제학업성취도 결과에서 한국과 함께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교육복지를 기반으로 요람에서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실현하고 있는 나라다.

 

최근 중국, 싱가폴, 일본 등의 성적이 상승하고 있지만, 늘 아시아적 교육방식에 대해 국제적으로 논란이 되곤 한다. 한마디로 입시를 위한 장시간의 학습노동으로 만들어진 단기성과이며 막상 대학에 들어가서는 별 활용도가 없는 암기식 교육의 결과라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고자 북유럽 교육의 강점을 잘 배워서 우리만의 교육방식에 접목하면 경쟁력 있는 교육체제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하는 고민을 늘 한다.

 

물론 한 국가의 교육체제는 몇 시간 학교를 둘러보고서 판단할 일이 아니며, 일반화해서도 안 될 일이다. 특히 북유럽국가들은 높은 세금과 평등주의적 복지체제가 발달된 사회문화적 배경이 주요한 측면이며, 교육체제는 그 바탕위에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사실은 겉으로 보는 교육현상보다는 사회체제를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뜻밖에도 막상 핀란드 학교를 둘러보면서 그동안 우리가 핀란드나 북유럽 교육의 자랑으로 들었던 몇 가지 사실에서 그 정도나 취지에 있어서 약간의 오해가 있음을 생각할 수 있었다.

 

첫째는 핀란드 교사들은 모두 의무적으로 대학원을 졸업해서 석사학위를 가진 박사급의 교사들이어서 전문성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사실은 핀란드체제에서 대학을 졸업한다는 것은 5년제 석사학위를 한다는 의미다.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전문대학에서 4년제 대학졸업자로 교사자격을 향상시킨 것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자원들이 교대, 사대를 진학하고 있으며 높은 경쟁률로 교사에 임용되고 있어, 그들에 비해 오히려 앞선다고 볼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핀란드의 교사들은 교육권이 철저히 보장되어 전문성을 잘 발휘할 수 있게 사회적 합의가 튼튼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핀란드 교육과정은 높은 자율성을 바탕으로 학교단위에서 다양하게 구성 할 수 있고, 시험과 경쟁이 없는 교육체제라는 것이다. 사실은 그들도 국가수준이 교육과정이 존재하며, 과목당 수업시간까지 지정해주며, 학교평가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만 그들은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을 우리처럼 시행령 수준으로 설정하지 않고, 대강화하고, 교육과정을 구성하기 위한 사회적합의를 충분히 진행하고, 학교단위 구성에 있어서도 교사들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이런 장면도 있었다. ESPO지역 학교를 방문했을 때 학생들이 옆사람 사이에 노란서류철을 세워놓고 테스트를 하는 장면을 보았다. 기시감이 확 들었다. 물었더니 평가중이라고 했다. 평가가 없다거나 자유롭다는 생각에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었다. 기초기본을 계속 숙달 반복하는 장면이 자주 눈에 들어오는데, 어느 나라나 교육과정상 핵심 성취기준에 도달하는 것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셋째는 핀란드학교에는 학생 수가 적어서 완전학습이 가능하고, 교사들의 교습법이 발달해 있다는 생각이다. 학생 수를 평균으로 얘기하는 것은 광주에서도 40명이 넘어가는 학교가 있고 10명 내외인 학교도 있으니 나라 안에서도 지역사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 핀란드의 헬싱키의 교실에는 20명 내외의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었다. 우리와 비슷하다. 교사들이 수업하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해 보니 그것은 우리식대로 보면 수업이 아니었다. 그냥 케어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한국의 수업이 타일러의 영향으로 인해 여전히 고도로 구조화되어있다는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그들의 교실속 교사의 모습은 당혹스러운 장면들이 많았다. 오히려 그들의 강점은 잠자는 학생들이 없다는 것이다. 수업에 불편을 느끼는 학생들이 자기 나름대로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는 공간이나 환경을 잘 갖춰놓고 있었다. 언뜻 보면 방임에 가까울 정도의 교사의 모습에서 함께 가기 위해서는 천천히 갈 수 밖에 없다는 철학이 묻어났다. 학생들을 대리고 전투하듯이 열과 성을 다해서 수업을 준비하고, 성실히 끌고 가는 우리의 교실과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었다.

 

넷째 교장은 학교에서 별 영향력이 없고, 힘든 일을 도맡아서 하기 때문에 인기가 없다는 의견이 있다. 실제 스웨덴과 핀란드에서 만난 교장들은 목에 열쇠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다. 각종 행사와 손님접대 등은 교장의 몫이었다. 실제 교장 경쟁률이 높지 않다고 말한다. 이 문화의 배경에는 교장을 위계나 직급으로 보지 않고 역할을 중심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실제 교육과정 운영 지원에 충실하다는 본질이 자리잡고 있었다. 교장의 역할을 돕는 행정비서 1명만 있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행정의 많은 부분이 교육청으로 이관되어 예산을 편성하지만 집행은 지원청에서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래서 감사도 없다.

 

교장의 가장 중요하고 큰 임무는 교육과정을 편성 운영 하는 것이다. 우리 학교들도 교장의 역할이 관리의 역할에서 점차 교육과정 편성, 운영, 지원 역할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는데, 이는 학교장의 자연스런 역할변화로 교육현장의 핵심적인 '혁신현상'이라 할 것이다. 북유럽 학교장들의 탈권위적이고 헌신적인 모습 뒤에는 학교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이 본질이며, 이를 위해 행정을 분리해서 전문화시키고 교사들의 자율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직문화가 일찍이 뿌리내린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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