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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언론창]수업 혁신 정책 패러다임 전환-수업 기술에서 교육과정 실현으로

물고기와대화 2025. 5. 9.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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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최 수업혁신연구대회 사전설명회 포스터ⓒ교육부. 수업기술이 발문이나 상호작용에서 디지털로 변했을 뿐, 단위 차시 수업 퍼포먼스를 강조하는 것은 여전한 과제다.

수업혁신 정책의 현주소와 문제점

퇴직을 앞둔 나이 든 교사가, 후배 교사들의 수업 공개요청을 받고, 명예퇴직을 고민했다는 얘기가 있다. 그만큼 교사에게 공개수업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왜 그럴까. 교사의 단위 차시 수업 모습을 보고, 전 교원이 모여 앉아, 소위 수업 기술 연수회를 했던 과거의 일본식 수업 평가 회합 전통 때문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립초등학교와 일부 연구회들을 중심으로 일본의 수업 명인을 초청하여 연수회를 경쟁적으로 개최했다.

여전히 누군가 “선생님 수업 공개 한번 해주십시오!” 하면 뒷목이 당기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질문에 자유롭고 싶은 교사들과 수업 잘하는 교사가 존경받는 교직 문화를 꿈꾸는 전문직들의 생각이 우리 교육의 바닥을 사실상 지배해 오고 있다. 이런 오랜 전통은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보다는 결과적으로 단위 차시 수업의 퍼포먼스를 더 중시하는 경향으로 변질하여, 현재는 수업 명인, 수업 달인, 수업 기술대회 등에 이르렀고, 이 흐름은 수업 나눔, 수업 사랑방, 수업 혁신 등으로 용어만 바뀌었을 뿐, 실제적으로는 여전히 단위 차시 수업 기술을 강조하는 수업 연구문화로 정착되어 있다.

현재 예비 교사들이 통과해야 할 임용고사의 실기 시험을 위해서 수업 실연 연습 학원이 번성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수업기술주 담론의 배경과 한계

‘수업 혁신’은 교육개혁을 고민하거나, 현장의 변화를 추구하거나, 학교 교육력을 논의할 때 빠지지 않는 주제다. 언제부턴가 ‘수업 능력’을 교사의 모든 것으로 규정하면서, 교사를 단위 차시 수업에 가두기 시작했다. 이 흐름은 해방 이후 교사의 질이 곧 수업 역량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해석되었고, 수업 기술주의가 득세하는 배경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온갖 수업모델이 주목받고, 수업모델이 없는 모든 교육 담론은 무시되기 일쑤였다. 얼마 전 거꾸로 수업이 한창 유행한 적이 있다. 도입-전개-정리라는 수업의 기본 정석을 무시한 일련의 수업 프로세스는 낯설어했던 기억이 있다.

교육부에서부터 일선 학교까지 소위 ‘수업 정책’을 어떻게 구성하는가에 따라서, 마치 교육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것처럼 보인다. 나는 수업 혁신 정책의 이런 흐름을 ‘수업 기술주의 담론’이라 칭한다. 이런 흐름의 배경을 생각해 보면, 강력하고, 조밀한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 편성운영 자료가 양적으로 제공되면서, 단위 학교의 역량이 교사의 수업에 집중되는 측면이 있고, 일본의 수업 평가를 중심으로, ‘집단 수업평가회’나 ‘손신호’ 수업 등, 한 학급에 학생이 과밀했던 시기의 수업 전통이 오랜 전통으로 자리 잡은 측면이 있다.

이런 까닭에 그동안의 교육개혁 운동이나 혁신이론들이 협동학습, 구성주의나, 열린 수업, 거꾸로 수업, IB 수업 등 지나치게, 수업모델 중심으로 접근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또한, 입시 위주의 교육이나 임용고사 체제 등이 교사들에게 교육과정에 대한 고민보다는 단위 차시 목표 도달 여부에 몰두하게 하는 경향도 있다.

자율적 수업혁신 지원방안 내용 6쪽ⓒ교육부



새로운 패러다임 필요 : 교육과정 실현으로서 수업

이렇게 단위 차시의 퍼포먼스, 즉 ‘수업 기술주의 담론’을 극복할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그것은 ‘교육과정 실현으로서 수업’이다.

이 두 관점은 전자가 단위 차시의 수업 목표 실현에 대한 방법론 측면에 집중하고 있다면, 후자는 교육과정 전반의 운영 결과로서 수업을 이해하는 것이다.

전자가 수업 목표 달성 여부, 수업환경, 즉 학생들의 학습 태도나 방법, 교사의 발문이나 교습법 등에 주안점을 둔다면, 후자는 교육과정 전체의 운영에 있어서, 제시한 목표를 잘 달성하고 있는지, 장기적인 교육과정에 대한 충분한 이해에 기반하여, 학생들의 발달과 이해를 도모하고 있는지 등에 주안점을 두는 것이다. 전자가 수업을 평가하기 위해서, 단위 차시 수업 프로세스에 주목하여, 체크리스트를 중심으로 바라본다면, 후자는 지속적인 교육내용이 축적된 보고서를 통해 판단하는 것이다.


수업혁신의 관점 : 수업 기술 VS 교육과정 실현


그동안의 수업 기술의 입장에서 제안되었던, 수업 공개나 수업 연구 중심의 인센티브 정책에서, 교육과정 실현으로서 수업 혁신 정책의 측면에서 정책을 새롭게 구성할 필요가 있겠다. 우선, 교사의 교육과정 운영 과정을 충실하게 담은 보고서가 필요하다. 이 보고서에는 과정과 결과가 담겨있는 사진이나 텍스트 자료는 물론 수업 영상도 포함될 수 있다. 둘째, 잘 채워진 보고서가 공유될 수 있는 열려있는 보고회가 자리가 필요하다. 셋째는 적절한 평가를 통해 참여 교사의 사기와 전문성을 함양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넷째 적어도 입시 전 단계인 고등학교 과정 전에서는 교사의 교육과정 편성 운영에 대한 자율성이 충분히 보장되고, 이를 바탕으로 교육과정이 수시로 재구성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제안은 그동안의 관성에 비춰볼 때 시간과 공간, 교사 업무의 과다나 행정 집행의 어려움으로 난점을 토로할 수 있겠다. 또한 교육과정을 수업의 문제로 국한하면 안 되고, 생활교육과 교사의 성장 등이 종합적으로 담겨야 한다. 이런 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지금 도입하고 있는 교수학습 시스템의 디지털화 움직임과 함께 고민해 보면 어떨까. 이제 교사의 교육과정 운영 설계를 구축하는데 어려움이 많이 해소되었다. 디지털화된 것이다. 교사의 교육과정 편성운영과 수업의 문제를 보다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겠다.

교사의 교육과정 기록을 일차적으로 쉽게 디지털화하고, 이를 보고서로 대신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쉽게 축적하고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겠다. 또한, 이 보고서에 담긴, 주제 의식을 바탕으로 전문가 그룹이 피드백할 수 있는 지원 체제(가칭, 수업 혁신지원센터 등)를 구축할 필요가 있겠다. 보고서, 협의회(보고회), 컨설팅이라는 3단계를 통해 교사의 교육과정 운영 능력을 향상하는 것이다. 이렇게 한다면 그동안 현장에서 말하는 ‘수업쇼잉’이라는 보여주기식 수업 공개 활동의 과부하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컨설팅은 교직 생애주기별로 적절한 기간으로 의무화할 필요도 있겠다.

출처 : 교육언론[창](https://www.educh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