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2020.09.09.
코로나는 우리에게 원격교육의 시대를 열어줬다. 코로나 이전 시대로 돌아갈 수 없을거라는 우울한 보건당국의 언명이 빈말이 아닌 것 같아서 공포 스럽기도 하다. 곧 끝나겠지 했던, 원격교육의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추석이 지나고, 찬바람이 불어도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잠잠해졌는가 했더니, 어디선가 또 집단감염 소식이 들린다. 아이들 없는 학교 운동장에 태풍에 부러진 나뭇가지가 뒹군다. 급하게 치울일도 없다. 너희들이 더 이상을 공을 차지 않는 운동장에서, 너희들이 더 이상 재잘거리지 않는 교실에서, 그 정적들이 우리에게 불현듯 심오한 질문하나를 던진다. 학교란 무엇 하는 곳인가 ?
학교의 존재이유와 교사의 존재이유를 확인하기 위해서, 지난 한 학기동안 부지런히 달려왔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모를 이 폭탄(?)들을 위해서 말이다. 1학기동안 원격수업자료제작, 학부모와 소통을 위해 매일 밴드,카톡, 문자등을 이용하여 상담, 학습지,제작, 평가,진도점검 등을 했다. 잠깐의 등교일에는 매일 책상을 소독하고, 발열체크를 했고, 졸졸 따라다니며 거리두기와 마스크사용을 습관화 해야 했다. 반마다 2~3명씩은 전화도 안되고 학습이 이뤄지지 않아 종일 숨바꼭질을 하다 지친다. 이렇게 1학기가 가고, 2학기가 되었지만, 변한것이 없다. 오히려 점점 교사의 어깨가 무거워지는 것 같다. 1학기 교육과정을 돌아보는 시간에 누군가 교육청 공문을 보여주며, 앞으로는 '실시간 쌍방향 원격수업'이 대세라고 한다. 블렌디드 수업을 우리학교도 차근차근 내실있게 준비해 나가자고 하신다.
선생님들의 눈빛이 순간 흔들린다. 드디어 올것이 온것이다. 온갖미디어 장비를 제공할 때 이미 예견된 것이기도 했다. 줌, 구글클래스룸, 밴드라이브, 온더라이브,엠에스팀즈 등 듣고만 있어도 공포스러운 다양한 툴들이 예시된다. 온갖 연수프로그램과 학생 준비정도에 맞는 다양한 예시자료가 쏟아진다. 이 정적을 깨고 누군가 손을 들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중요한 것은 플랫폼이 아닌것 같습니다. 사용법의 문제는 나름 노력해서 숙달 할 수 있습니다만, 종일 전화를 받지 않는 아이들과 맞벌이 부모님들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습관리를 위해 우리가 지금까지 어떻게 해왔는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아이들의 학습정도를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을 정확하게 터치해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학습습관을 위한 상담이나 어려움 점들을 파악하는데 무슨 거창한 플랫폼이 필요한 것은 아니죠. 너무 보여주기식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쪽에선 맞춤형피드백을 위해서라도 아이들에게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실시간 플랫폼의 필요성과 원격형 교육과정이 더 단순하게 재구성되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오고 갔다. 원격교육 기간에 학부모의 가정학습 지도요령에 대한 연수도 필요하다는 것과 이제 학년단위보다 담임이 학습정도를 파악해서 학생들을 학교에 등교시키는 맞춤형 원격교육과정으로 전환 필요성도 얘기되었다.
유행처럼 특정한 교육사조나 수업모델들이 교단을 휩쓸고 간, 뒷자리의 공허함을 우리는 알고 있다. '실시간쌍방향원격수업'이라는 플랫폼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배움과 성장의 과정을 깊숙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교사의 '마음가짐'이 절대적으로 우선해야 한다. 이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이 코로나 국면에서도 한글을 깨우치지 못한 친구를 교실로 불러서 텅빈교실을 지키고 있는 나이든 교사의 모습이 진정한 교사의 플랫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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