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권력은 이중적이다. 안으로는 끝없이 보편성을 추구하고, 밖으로는 다양성을 품기 위해 몸부림친다. 보편은 필연적으로 적과 아의 진영의 경계를 필요로 한다. 때로는 경계선 밖으로 밀어내고, 때로는 경계선 안으로 잡아당긴다. 보편은 다양성을 먹이 삼아 폭력을 키운다. 보편의 폭력에 대항하는 다양성은 필연적으로, 유연함 또는 더 나아가 무책임의 양상을 띤다. 새로운 권력을 대체할 인자는 다양성 속에서 자라고, 보편은 끝없이 경계선을 허물어뜨리지 않기 위해 다양성과의 거친 호흡을 계속한다.
경계가 무너질 때 다양성의 무책임은 보편의 경계 안에서 책임성과 폭력성을 잉태한다. 다양성이 딱딱해지는 순간, 보편에 대한 저항력을 잃고 보편성의 먹이가 된다. 다양성은 보편을 상대하면서 불임증을 극복하기 위해 내부에 씨앗을 만든다. 그 씨앗은 보편의 공격을 막아내고, 발아 할 수 있을 때 보편은 새롭게 구축되고, 부정성은 단기적으로 극복된다.
다양성 안에는 원죄처럼 무책임의 자유가 내재되어 있다. 이 무책임성은 보편과의 전쟁 과정에서 서서히 경화되면서, 권력획득의 준비를 마친다. 다양성은 보편과의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숙명처럼 이완과 수축을 계속한다. 이 유연성의 힘으로 보편을 무너트리고, 새로운 보편을 구축한다. 다양성이 새롭게 구축한 보편 안에는 이전과는 다른 자유의 DNA가 축적된다. 그렇지만 보편의 폭력성 자체는 사라지지 않는다. 보편은 끝임없이 다양성으로부터 공격을 받지만, 그 자리는 내놓지 않는다. 늘 그 자리에 새로운 보편이 구축될 뿐이다.
권력은 다양성과 대응하는 과정에서 경계의 두께를 갖는다. 살이 두꺼울수록 안으로는 강화되지만, 밖으로는 호흡하지 못한다. 반면에 두꺼운 경계는 공격을 막아내고 권력의 안위를 단기적으로 보장한다. 권력의 두께가 넓고 유연할수록 권력은 확보되지만, 한편으로 다양성의 영토가 넓어지고, 보편은 다양한 공격에 노출된다. 대체된 보편은 새로운 다양성이 갖고 있는 DNA 위에 잉태된다. 헤겔은 한번 보편 안에 축적된 다양성의 DNA는 종합하며 진보한다고 말한다. 보편의 권력 안에는 진영논리가 존재하고, 다양성 안에는 역사 논리가 존재한다. 진영논리가 썩어 가라앉으면, 다른 층으로 올라간 다양성의 논리가 멀리서 날아온 역사적 경험의 정당성으로부터 씨앗 하나를 뿌리내린다.
다양성은 과거의 보편의 한계로부터 자양분을 새롭게 획득하며, 나아갈 힘을 얻는다. 다양성은 늘 권력의 밖에 있지만, 한 번도 보편의 꿈을 포기한 적이 없다. 출발한 탯줄이기 때문이다. 모든 권력은 이중적이다. 언제든 권력 밖으로 밀어낼 수 있고, 잡아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이중성의 두께와 양상은 다양성의 응전으로부터 형성된다. 분명한 것은 경계가 딱딱한 보편은 금방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다. 모든 권력 안에는 보편의 폭력과 다양성의 무책임이 자라고 있으며, 내 안에도 있다.
- 입력 : 2023. 07.17(월)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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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전일광장·이재남> 권력의 이중성
모든 권력은 이중적이다. 안으로는 끝없이 보편성을 추구하고, 밖으로는 다양성을 품기 위해 몸부림친다. 보편은 필연적으로 적과 아의 진영의 경계를 필요로 한다. 때로는 경계선 밖으로 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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