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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창] 학생인권조례 폐지 논란에 대한 생각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 예시안’을 각시도교육청에 안내하면서, “이번에 마련된 조례 예시안은 교육감과 학교장의 책무, 교육 3주체의 권리와 책임을 균형 있게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 발표 이후, 보수당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의회에서부터 학생인권조례 폐지가 추진되고 있다. 충남도의회에서는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한 후, 교육감의 재의 요구가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의회의 조례 폐지안은 행정 법원에서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되어 당분간 살아남게 되었다.
교육부가 현재의 학생인권조례를 문제삼는 이유는 학생의 ‘권리’만 강조하고, ‘책임’이 소홀히 돼 있으니, ‘균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권리와 책임의 문제를 균형의 문제로 보고 있는 교육부의 인식은, 서이초 같은 교권침해 사태가 학생인권만 강조해 온 불균형 상태에 기인한다고 말한다. 많은 교사들이 교권의 문제가 교육권을 침해하는 각종 민원과 아동학대법 같은 법률과 지원시스템의 미비에 있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했음에도, 교육부는 인권조례 탓이라는 ‘바담풍’을 하고 있다.
더 근본적으로 권리와 책임의 문제는 과연 균형의 문제인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권리의 대표적인 가치로 우리는 인권을 말한다. 사람으로서 당연히 가지며 누려야 할, 인간답게 살 권리. 사람은 누구나 다른 누군가로부터 침해당하지 않을 권리를 말한다.
이러한 권리는 책임이 전제되거나, 결과에 대한 책임을 조건으로 성립하는 가치가 아니다. 즉, 어떤 책임을 조건으로 권리를 제한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래서 학생인권 조례는 천부인권적 요소와 보편적 권리를 담고 있고, 유엔이 공포한 세계인권선언이나 헌법적 가치에 기초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문제는 이 권리가 타인의 권리와 충돌할 때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나의 권리라는 이름으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는 없다. 그래서 그 자유들의 경계선에서 도덕과 법이 발생하며, 결과로 타인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발생한다.
권리 의식이 없는 책임은 폭력의 내면화이고, 타율의 강요이다.
책임은 권리의 확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타인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발생한다. 권리의식이 없는 자는 타인의 권리도 인식할 수 없다. 표현의 자유가 있고서야, 비로서 명예훼손이 있다.
책임은 권리의 거울이다. 권리의식이 타인에 이르러, 비로소 책임과 의무가 나타나고, 이 책임은 끝임없이 권리를 재구성하게 해주는 거울이며, 권리는 이 책임과 의무에 비춰 자신을 더 튼튼하고, 자유롭게 무장한다.
책임과 의무의 조건으로만 권리를 인식하게 하는 일종의 균형론은 권리 속에 이미 책임과 의무가 한쌍으로 내재되어 본질적으로 함께 성장하고 있음을 외면하고, 자꾸 권리로부터 책임과 의무를 분리해서 통제기제를 강화하거나, 절대적 가치로서의 인권을 자꾸 상대적 가치나, 조건부 가치로 전락시키는 통제의 논리가 은폐되어 있는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이재남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정책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