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드림 2020.08.28.
대입 수능 시험 날은 아파트를 누비며 장사를 하는 생선 트럭도, 과일 트럭도 방송을 멈춘다. 하늘을 나는 군용 비행기나 여객기도 멈춘다. 학교 근처의 공사장도 멈추고, 집회 시위도 멈춘다. 일생일대의 가장 중요한 시험 일이기 때문이다.
수능 시험 감독에게 의자를 제공하자는 교사노조연맹의 주장이 나오자, 이런 수군거림이 있었다.
“수능이 얼마나 중요한 시험인데, 세상에 쳐 앉아서 시험 감독을 한다고?” , “교사 노릇 편하게 하려고 작정을 했구먼…” , “ 그러다 얘들 커닝하면 어쩔 건데….” 일리 있는 걱정이다. 그렇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
수능 감독은 주 감독이 1명 있고, 보조 감독이 1명 있다. 또 복도에도 유사시를 대비해서 추가로 보조 감독이 배치돼 있다. 탐구 영역에는 시험지가 많아서 보조 감독이 추가로 투입되어 총 4명 정도가 담당한다. 시험이 시작되면 4시간씩을 꼬박 서서 정위치를 지켜야 한다. 행여 몸이라도 풀기 위해서 움직이다가 수험생과 눈이라도 마주치거나, 발걸음 소리나 옷차림이 수험생에게 거슬리기라도 하면 곧바로 민원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래서, 교육청마다 수능 감독관이나 종사자는 경력이 많고, 책임감이 높은 교사들을 배치한다. 인생을 좌우할 중요한 시험이기 때문이다.
수능 감독에게는 두 가지 중요한 임무가 있다. 하나는 그동안 밤낮없이 공부한 우리 아이들이 편안한 상태에서 시험을 잘 치를 수 있게, 시험지와 답안지를 꼼꼼하게 관리하고, 수험생의 편의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공정한 시험이 치러질 수 있게 엄정하게 부정행위를 감독하는 것이다.
수능 감독에게 의자를 제공하는 것은 이 두 가지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칠까? 찬찬히 생각해보면 시험 감독에 방해가 되는 것보다, 오히려 공정한 관리 감독에 도움을 준다. 교사가 불필요하게 개인 동작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줄이고, 장시간의 시험 감독에 따른 피곤을 줄일 수 있고, 정위치에서 엄정하게 시험을 감독할 수도 있다.
시험 감독에게 스탠딩 의자를 제공하자. 교사들의 인권을 논하기 전에 시험 관리에 방해가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더 효율적인 측면과 합리적인 측면이 있다면 당연히 비치하는 것이 옳다. 일부의 앞질러 가는 우려에 일희일비해서는 안될듯하다. 비치하고 싶어도 너무 좁은 교실 환경이나 예산이 허락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측면도 있다. 시험 감독을 해본 사람은 안다.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정적이 주는 긴장감을 장시간 견뎌야 하는 어려움이 얼마나 큰지를. 내일모레 교육부에서 각급 학교의 의견을 종합하여, 각 시도교육청에 정책 방향을 권고한다고 한다.
올 수능에는 전국 1200개 고사장에서 교육청이 제공한 깔끔한 스탠딩 의자에 앉아서, 공정하고 엄정하게 시험을 관리 감독하는 편안하고, 안정된 수험장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이재남 <광주양산초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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