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코로나 폭발 속으로 학교가 간다 [광주드림 이재남]

물고기와대화 2023. 5. 31. 07:13
반응형

광주교육청 정책국장  이재남 입력 2022.03.14 00:00 수정 2022.03.14. 00:10

 

전 지구적 감염병 사태가 2년을 넘기고 있다. 국가적 대응 과정에서 K방역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한쪽에서는 코로나 독재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공동체와 공익을 위한 국가의 정당한 개입이라는 명분은 하늘 높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한 자유의 제약과 자원의 양극화 현상은 한계지점을 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철학자들은 이 세기적 현상을, ‘얼굴 없는 인간접촉 없는 관계의 암울한 미래라고 비판하고 있다.

 

교육에서도 마찬가지다. ‘비대면 시대의 학교의 역할과 기능은 무엇인가에 대한 심각한 질문이 시작되었다. 짧게 끝날 것 같았던 팬데믹은 2년 넘게 짝꿍 없는 스산한 학교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체험학습이 제한되고, 선생님의 얼굴을 못 본 채 가면(?) 속에 학교생활이 계속되고 있다. 순번을 정해서 교실 밖에 나가 마스크를 벗고, 호흡하고 맑은 하늘을 쳐다보며 교실로 들어오는 살풍경이다. 선생님은 밥 먹는 시간과 학교생활에서 마스크 단속과 거리두기 지도가 주 업무가 되었다. 학교폭력은 비대면 폭력으로 변했고,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교육의 본질에서 벗어나, 혼자 공부하는, 재미없는 원격 강의를 견디는, ‘ 엉덩이 힘을 기르는 교육으로 변하고 있다. 학교가 멈춘 곳에는 당연히, 사교육이 성행하고, 복지 사각지대가 은폐되고, 학습 결손이 누적될 수밖에 없다. 학교 교육력은 도시와 농촌으로 나눠지고, 부의 양극화가 교육에 적나라하게 노출되고 있다.

 

비대면 시대의 학교의 역할

과 기능은?

 

이러한 문제는 어쩌면 현상적인 문제일 수 있다. 더 근본적으로는 우리 아이들이 사회성공동체성이 결여된, 친구가 없는 , ‘자기 감시적인 인간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코로나 극복을 위해 나서는 모습 속에서 아이들은 어른들의 지혜로움과 남을 배려하는 공동체성을 배우지만, 한편으로 감시의 내면화라는 미래사회의 검은 그림자를 받아들이고 있다.

 

이제 아이들은 1주일에 두 번씩 스스로 검체채취기를 콧속 깊숙하게 찔러넣어서, 스스로 감염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어떤 이유에서라도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는 것이 인권의 핵심 가치이다. 비록 그것이 남에게 해를 끼치는 일일지라도 인간이 인간을 향해서 신체를 구속하는 행위는 멈춰야 한다는 것이 인권의 가치이다. 자기의 생체정보를 스스로 꺼내는 행위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가장 내밀한 자기 신체를 스스로 감시 상황에 맡기는 것이다.

 

공익과 개인의 자유를 바꿀 수 없다는 유럽의 시위는 진정한 공익성은 무엇인가?’에 대해 따져볼 여지도 있지만, 3일에 한 번씩 스스로 콧구멍에서 신체 균을 검출하는 행위는 또 다른 문제이다. 마스크와 다른, 보다 근본적으로 자기 행위를 시간 테이블로 점검하는, 자기 감시의 정당화가 발현되는 순간이다.

 

교육의 영역에서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인권 침해의 가능성으로 시정 권고된 내용에는,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지 말라는, ‘일기장 검사떠든 사람 적기같은 교육 기제들이 있다. 가짜 교통감시 카메라가 인권의 이름으로 철거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어떤 이유로 인간의 내면을 스스로 감시하는 행위의 위험성을 경고한 것이다. 무슨 이유로든 자신의 근본적 자유를 남에게 내주지 말라는 가치이다.

 

공익 위해서도 개인 자유 최소한 제약

 

국가는 공익의 이름으로 법률의 근거나 최소한의 필요에 의해서만 개인의 자유를 제약하라는 것이 헌법적 가치이다. 3월부터 시작될 주 2회 검체 채취 작업이 강제가 아닌 권고의 성격을 갖는 이유이다. 적어도 이 행위가 우리 모두를 위한 행위이고, 강제가 아니며, 공동체를 위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를 우리는 모두 숙지해야 한다.

 

학교에서는 확진자를 반드시 찾아내겠다는 생각보다는 백신 비 접종그룹인 학생들이 폭발의 매개가 되지 않도록 학생들 스스로와 학부모님께 경각심을 심어주는 측면이 강하다. 무리하게 적용해서는 안 된다. 학교가 문 닫는 순간 미래가 무너지는 것이다. 한국인 깊숙이 내재한, 배움의 DNA는 코로나보다 더 강하다. 그래서 학교는 강하다. 학부모님들도 아이가 유증상 시 적극적으로 검사를 하고, 1주일간 가정학습을 할 수 있게 준비하고, 교직원들 또한 확진 때, 대체인력이 있으니, 안심하고 7일간 빠른 회복에 집중할 일이다.

 

매주 42만 개의 키트가 학교에 보급된다. 개별로 일일이 포장하는 작업은 수고로운 일이다. 모두가 힘을 합치고, 구성원의 자율적이고 지혜로운 판단이 요구된다. 이에 따른 어떤 책임도 묻지 않는다. 지금 학교 문을 여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 3월 대폭발(?)을 견디면 봄이 올까.

 

이재남 (광주시교육청 정책국장)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이재남 city@gjdream.com

 

출처 : 광주드림(http://www.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