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교육자유특구 추진 어떻게 볼것인가 ? 토론회 (2023.4.13. 국회 제9 간담회실)
<중략> 또한 특별법 제36조 “국가는 공교육 내에서 다양한 형태의 학교 교육이 제공될 수 있도록 교육 자유 특구를 설치ㆍ운영할 수 있다.”라는 조항에 대한 우려도 있다. 특구라는 선별적이며, 개별적인 접근이 공교육의 생태계에 혼란을 가져다줄 가능성이 있으며, 특정 지역별로 지나친 서열화, 입시경쟁 유발 등의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고, 재정의 차별적 투자로 인해 국민적 위화감이 조성될 수도 있다. 따라서, 필요한 만큼 최소화해서 신중히 접근해야 하며, 그 영역도 특별한 목적을 실현하는데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할 것이다. (지방 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 법사위 심사에 따른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 입장문 2023.4.3.)
○ 교육 자유 특구
교육자유특구는 윤석열 정부의 10대 교육개혁 정책 중 하나이며, 4대 교육개혁 입법 과제(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 교육 자유 특구, 고등교육법, 사립학교법) 중 하나로, 평상시 평준화를 비판하고 다양화 정책을 추진해오던 이주호 교육부 장관의 철학이 녹아 있는 정책이기도 하다. 발제문을 통해 200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 교육 특구가 교육 자유 특구로 변화해 온 과정과 교육 자유 특구의 우려점 및 몇가지 대안을 잘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선거와 부동산 정책 같은 요인들 때문에 교육 자유 특구 운영 주장이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음을 잘 짚어주셨다고 생각한다. 또 한국과 일본의 교육 특구 학교들은 영어교육을 강화한 형태로만 흘러간 점도 살펴볼 대목이다. 또한, 지금까지의 특구적 성격을 갖고 운영된 결과가 공교육 생태계의 혼란을 가중시켜 왔음을 발제문 내용이 잘 정리 해주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이런 정책들이 생명력을 가지고 끈질기게 주창되는 것은, 민주주의 기본원리로서 분권이나 다양성, 경쟁기제 들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양성이라는 이름의 무책임에 대한 비판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으로 기술했다. 발제자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동일한 내용의 주장은 제외하고 윤석열 정부와 이주호 교육부장관의 교육정책 정체성에 대한 열린 얘기를 하고자 한다.
○ 과거 교육정책의 부활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한나라당 비례대표(2004)를 거쳐,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문화분과위 간사를 했고,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을 거쳐, 장관(2010)을 역임했고, 10년 만에 다시 교육부 장관(2022)에 복귀했다. 현정부의 교육정책은 지명과 낙마를 거듭했던 장관 임명 과정의 난맥상에서 보여줬듯이 뚜렷한 교육철학이 없이, 늦게 임명된 장관 개인적 철학과 경험, 안목에 의존하는 경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교육철학을 엿볼수 있는 여러자료 중에 국회의원 시절 발행한 책을 살펴보면 이런 대목이 있다.
『 교단에서는 전교조와 교총 간의 암투가, 학계에서는 평준화를 둘러싼 결론 없는 논쟁만이 이어지는 동안, 우리 학생들은 평준화 학교를 떠나 학원이나 해외에서 떠돌고 있다. 점점 교육에 희망이 없다는 쪽으로 기우는 시점에서 나는 잃어버린 10년의 암울한 터널의 끝을 본다. 평준화 극복을 위하여 노력하는 한 교장 선생님의 ”전교조 선생이든 교총 선생이든 아이들만 잘 가르치면 된다.”라는 말씀에서 희망을 보았다. (평준화를 넘어 다양화로 P.4)』
문제의식이 다소 선정적이고 단순화되기는 했지만, 현단계 한국교육에 대한 진단이 비장하다. 그의 교육철학을 정리하자면, 소위 두 마리 토끼론이다. 입시라는 산토끼와 좋은 학교라는 집토끼를 다 잡기 위해서는, 그동안 집토끼를 버려두고 산토끼만 쫓았던 교육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평준화를 넘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비책이 있는데 그것은 ‘다양화’이다.
『 다양화는 두 가지 통로를 통하여 입시 고통을 확실히 해결한다. 첫째,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학교 간의 서열화가 파괴되면서 일류학교를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는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게 줄어든다. 높은 학력 수준의 학교도 훨씬 많아지고 거의 대부분의 학교에 있어서 평균 학력 수준이 높아짐으로써 학교 간의 상향 평준화가 이루어진다. 또한, 교육에 있어서 학력뿐만 아니라 특기·적성, 인성, 창의력 등이 중시되어 좋은 학교의 기준도 매우 다양화된다. 둘째, 학생들이 본인들의 적성에도 맞지 않는데 수능점수를 높이기 위한 경쟁에만 내몰리는 문제가 완화된다. 평준화의 틀이 다양화로 바뀌면 입시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기준도 훨씬 다양화 될 것이고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내용도 크게 다양화될 것이다. 따라서 학생 개개인이 자신에게 적합한 학교를 선택하여 본인에게 필요한 교육을 받을 가능성도 훨씬 커진다. 이렇게 될 때 자신에게 맞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은 교육에 매달려야 하는 입시 고통에서 서서히 해방될 수 있다.(같은 책 P.99~100) 』
학교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위의 논리가 어느 대목에서 매우 심각한 논리적 비약이 있는지를 금방 알 수 있다. 다양한 학교 정책을 통해서, 상향평준화를 통해 좋은 학교에 이른다는 발상은, 한국의 학교들이 대학입시라는 피라미드 체계 속에 동전의 양면과 같이 붙어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거나, 아니면 일부러 애써 외면한 것이다. 차라리 토끼몰이라도 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대한민국 교육의 거대한 블랙홀인 입시문제가 다양한 학교라는 정책으로 극복될 수가 없다. 잡을 수 없는 두 마리 토끼론이다.
물론 풀뿌리에서부터 학교 다양성을 확보하여 들꽃처럼 학생들의 개성과 영재성이 만개하고, 여러 줄로 서게 되는 행복한 학교라는 꿈은 정당하고 위대하다. 그의 이런 교육 철학들은 그 후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 ’ 등 특목고 확대와 자사고 도입 등 고교평준화를 형해화하는 정책들로 구체화되었고, 그의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모든 정책이 산(토끼)으로 갔고, 입시 경쟁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 후 일명 진보교육감 시대가 열리면서 이 정책들을 수정하고 전환하기 위한 엄청난 비용과 갈등이 있었고, 지금도 법정 다툼이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의 고교평준화 체제는 대학입시라는 큰 폭력(?)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것이며, 강한 내성과 공정성이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가지고 있는 보편적 체제다. 평준화 그 자체에서 획일성, 비효율성이나 나태함을 읽어내는 것은 하이에크의 후예라면 가질 수 있는 문제의식이지만, 문제는 입시공화국의 생존전략으로서 공정성을 중시하는 국민적 평등주의의 산물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동안 이 체제에 기생해서 대학이 서열화를 공고히 했고, 여전히 공교육 다양성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대학의 문제이다. 왜 대학 선발 체제에 종속되어 있는 허약한 하위 체제인 의무교육체제를 다양화라는 이름으로 무리하게 개별화하는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이는 다양성이라는 이름의 무책임이다.
다양성이라는 자유주의적 철학을 바탕으로 해체, 극복하고자 했던 평준화체제는 결과적으로 문제의 본질인 입시문제를 정확히 들여다 볼 수 없게 만든다. 반면에 대학입시에 대응하는 강력한 보편적 기제로서, 차별 없는 평준화 정책은 가장 내성이 있는 정책임이 확인된 것이다. 평준화가 갖는 공정성이라는 가치를 지키면서, 획일성이라는 폭력성을 해소하기 위해 모색된 다양성은 또 다른 무책임으로 귀결된 것이다.
○ 다양화의 다른 이름 : 교육특구, 지방자치, 분권, 특화, 고교교육력제고,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
-되살아난 ‘300의 영혼?’, 고교교육력 제고 추진 방향(안)
발제자가 대강의 내용을 제시한 고교교육력 제고 추진 방향(안)이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주요 내용은 교육감협의회 총회와 전국 교육국장회의에 제시되어 의견을 수렴한 바가 있다. 그 내용의 중요함에 비춰볼 때, 본격적인 논의가 되지 않고 있고, 교육부의 의견 수렴도 매우 제한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교육부에서도 교육 자유 특구 담당자 회의 정도가 지난 연말에 추진되었을 뿐이다. 이러다가 갑자기 당국의 반짝 발표라는 형식을 통해서 우리 앞에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이 정책이 우리 교육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때 시급한 공론화가 필요한 지점이다.
과거의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의 2단계 전략이 지방분권 철학과 착종되면서, 지방 정치세력과의 손잡기가 추진되고 있는 듯하다. 지방분권의 핵심전략이 교육특구로 포장된 명문고 유치 세일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임 교육부 장관 시절 고교다양화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특수목적고, 자사고는 학교 다양화의 취지와는 다르게 입시 명문고의 길을 갔다. 결과적으로 이런 정책들이 사교육비 증가의 상당한 원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사교육비가 역대최고치를 기록한 현재의 시점에서 특구 내에 다양화 이름으로 설립될 학교가 이른바 입시명문고가 되는 순간 사교육비는 새로운 기록을 갱신할 수도 있다. 이는 고교다양화라는 이름으로 가장된 서열화이자 수월성 교육이다.
종전 다양화라는 이름으로 전개된 고교300프로젝트가 일반고 추락을 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국립아카데미, 협약형 공립고, 특구 내 학교 등 고교다양화를 하면서 일반고 교육역량을 제고시키겠다고 하는 것은 모순이다. 그 중 학교-교육청-지자체의 협약형 공립고는 종전 자율형공립고에서 지자체를 포함한 변종으로 여겨진다. 자율형공립고는 취지와 달리 유명무실화되었고 일부 시도교육청에서 당시 설립한 자율공립고의 기숙사는 무용지물이 되었다.
협약형공립고가 지자체의 지원을 받으면서 자율성을 담보하여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는 계획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지자체는 학교교육성과를 교육과정 다양화나 지역학생의 전인적 성장으로 여기지 않고 오히려 가시적인 명문대 진학률을 더 중요시할 것이다. 협약형공립고 역시 결국 무한 수월성 교육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또한, 용산발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의 포문이 열리면서, 그나마 유지해왔던 교육자치가 완전히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지난 12년의 지방교육자치 경험을 통해 학생중심, 학부모와 교원들의 참여, 관료주의 일신과 청렴, 학교자치 토대 마련, 민주시민교육을 통한 인권의식의 함양, 교육복지의 전면화, 지역 속의 학교, 다양한 혁신학교 등 다양한 실험과 성과가 있었다. 러닝메이트제는 언뜻 보면 정치의 분권과 책임이라는 일반 민주주의 정치원리에 부합하는 것 같지만, 특정 정파의 부침에 따라 교육이 예속되어 선거결과에 따라 일희일비하고, 지역별 격차가 심해지는 상황은 오히려 교육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하게 될 것이다.
러닝메이트제도는 지방정치의 책임성이라는 미덕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선택권과 학부모의 교육참여권을 제한하고, 교육의 본령인 정치적 중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게 될 것이다. 정치의 불안정과 당파갈등에 그대로 노출된 교육은 아무런 방패막이 없이 교실까지 그대로 정치적 입김이 미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잠자는 교실로 상징화되었던 일반고의 문제는 한국교육의 아픈 자화상이다. ‘시군구별 1개 일반고 선도학교를 운영’하겠다는 생각은 수많은 연구, 시범, 선도학교가 형식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관성화되었던 한계를 넘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특히, IB 프로그램 도입이 입시를 앞둔 일반고의 교실 변화 유도의 기제로 작동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국립아카데미(가칭), 협약형공립고(가칭), 기업출연 자사고, 지역 맞춤 고등학교, 자사고, 외고, 국제고 존치, 마이스터고 2.0 추진 등 다양한 명분으로 다양한 학교가 도입될 준비를 하고 있다. 기존의 자사고, 특목고 등의 체제에 대해, 지난 12년간 겪었던 갈등의 공과에 대한 냉철한 성찰 없이 기존 체제를 전면적으로 부활시키면서, 또 다양한 학교를 설립 운영하겠다는 계획은 다양화의 무책임이라는 우를 또 범할 수 있다. 여전히 중앙과 지방이라는 양극화의 문제를 심화시키게 될 것이다.
○ 고교 다양화의 승부처 고교학점제는 어디로
문재인 정부에서 공교육의 다양성을 통해서 교육 정상화를 모색했던 핵심 정책은 고교학점제이다. 소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공교육의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다룬 정책이 고교학점제이다. 고교학점제는 많은 예산과 준비과정을 거쳤지만, 정권교체기를 지나면서 현재 낙동강 오리알이 될 위기에 놓여있다.
고교학점제는 전통적인 고등학교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정책이다. 학생들 스스로 진로를 설계하고, 필요에 의해서 학습을 디자인한다. 이는 교실에 활기를 불어넣고, 교사의 수업 또한 생동감을 갖게 될 것이다. 이는 어떤 수업혁신 정책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 할 것이다. 한국교육의 대변화를 가져올 중요한 정책임에도 거국적 힘이 실리지 못하고 있다. 고교학점제는 여전히 ‘총론 찬성 각론 우려’라는 지점에 놓여있다. 지금도 이 정책은 대학입시 전체를 흔들어 놓을 파괴력 있는 정책이지만, 대학 문턱을 넘지 못하고, 배회하고 있다.
지금보다 더 많은 교원이 투입되어야 하고, 교육과정이 다양화되고, 명실상부한 성취평가제가 정착되기 위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대학입시와 연계된, 윤정부의 고교학점제 운용 방향에 관심이 필요하다. 어쩌면 이주호 부총리의 다양화 정책의 공교육 판이 바로 고교학점제이기 때문이다. 시대적으로 학령인구 감소라는 거대한 변화가 대학입시의 변화를 강제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고교학점제를 기회로 대학교육까지 체제변화를 고민해봐야 할 시기가 아닐까 싶다.
○ 자유특구와 공교육생태계
교육 자유 특구는 발제자의 내용처럼 그동안 교육계에서 논란이 되어 왔던, 기시감 있는 주제이다. 곧바로 평준화 논란을 소환하고, 시장주의 교육정책을 연상케 한다. 이런 토론회가 기획된 것도, 또 무슨 특별한 학교를 만들어서 공교육을 한바탕 뒤집어 놓지 않을까 하는 걱정스러움 때문일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의 존립과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고, 시장이 요구하는 환경도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 12년을 관통했던 중요한 프레임의 변화가 느껴진다. 혁신 교육이 미래 교육으로, 혁신학교가 IB 학교로, 체험중심에서 디지털 교육으로, 콘크리트 교실에서 네트워크 교실로, 공간혁신에서 시설복합화로..…. 지역 소멸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고, 저출산의 핵심적인 이유로 높은 사교육비와 무한 입시경쟁교육을 말하기도 한다. 교육 특구가 여전히 명문고나 국제학교 유치처럼, 당근과 투자의 차원이라면, 공교육은 또다시 정체성을 잃고, 경쟁의 도가니가 될 것이다. 특별한 학교를 만들어서, 공교육을 경쟁의 환경에 노출하는 것도, 학생 수가 있고, 교육 여건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교원수 감축으로 작은학교 통폐합이 가속화 되고, 지역소멸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기초학력, 고교학점제, 다문화, 부적응과 특수, 학폭과 생활교육, 교육복지 등 다양한 수요는 늘어나고 있지만, 교원감축 드라이브는 거세다. 지금이야말로 학급당 학생 수를 OECD 평균 이하(15~20)로 줄이고, 공교육 환경을 세계 최고로 올려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지 않을까?
특별한 학교를 만들어서, 특별한 교육으로 누군가를 경쟁시키고, 누군가를 서열화하는 기제는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교육부장관은 CEO형 교장을 공모하자는 주장을 한 적이 있다. 글로벌 시대 능력없는 교장은 도태시키고, 연공서열식 승진제도를 혁파하고, 평가와 공모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에는 교사개혁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다. 교원평가의 실패는 톱다운방식의 개혁과 교사를 개혁대상으로 하는 정책은 반드시 실패한다는 교훈을 증명해주고 있다. 장관이 꽂혀(?)있는 일명 디지털 에듀테크 사업도 마찬가지다. 교사의 참여없는 어떤 교육기술도 1년이면 ‘탱자’가 된다.
해방 이후 학교의 지상 목표는 대학입시였다. 공교육 자체가 고유하고 고상한 교육적 목표를 가져본 적이 없다. 그렇게 살아온 교사들이 하루아침에 국제적 감각과 다양한 능력으로 무장된 교사로 거듭날 수 없다. 『이주호 “수시 제도 가장 큰 문제는 교사들” 발언에 교원단체 “적반하장” 반발』 이란 기사에서도 볼 수 있듯이, 교사를 나태한 기득권세력으로 보고 있는 듯한 이런 소식을 접할 때 마다 현장에는 불신의 벽이 점점 높아가고 있다. 단언컨대 대한민국의 교사들은 높은 학력과 헌신성으로 오직 아이들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 불철주야 노력한 성실성과 책임감의 DNA를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혁신학교 등 많은 학교에서 교사들의 전문적이고, 자발적인 학습 공동체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해방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확실하고 올바른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일은 매우 느리고, 신중한 작업이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에너지도 많이 필요로 한다. 지난 12년 동안 자율과 책임이라는 공교육 생태계를 어렵게 다져온 학교는 고교학점제가 탱자가 되어가는 것을 목도하게 될지 모른다. 윤정부가 정치 진영논리를 넘어서, 공교육의 대변화의 기제를 담고 있는 고교학점제를 성공시키고, 이 힘으로 대학의 전문화, 다양성을 확보해 나가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