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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의 종말과 맞춤형 시대

물고기와대화 2023. 2. 27.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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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 2018.11.8.

사과, , 복숭아, 포도, 감 등의 열매들을 우리는 과일이라고 부른다. 과일이란 말 속에는 많은 열매들이 들어있다. 많은 열매들이 하나의 보편으로 수렴되어 과일로 표현 된다. ‘의자라는 보편 언어 속에는 뱅돌이 의자부터 네발 의자까지 우리가 상상하는 모든 의자들이 들어있고, 마찬가지로 행복이란 말속에는 저마다의 고유한 만족감이 녹아 있다. 이렇듯 인류는 구체물을 순간적으로 하나로 수렴해내는 아주 유용한 방법을 찾아냈다. 그것이 수학적 평균이다. 이 평균은 복잡한 구체성을 보편으로 수렴하고, 다시 보편속에서 구체물로 풀어내는 마법같은 도구였다.

 

학교에서는 이런 일도 있다. 오늘 정현이모둠 수학성적이 발표되었다. 은양이는 90, 성광이는 30, 광윤이는 60, 정현이도 60점을 맞았다. 240÷4=60. 모둠의 평균은 60점이다. 이 평균 60점 속에는 몇 가지 폭력이 들어있다. 90점 맞은 은양이는 30점이 깎였고, 성광이는 30점을 거저 얻었다. 광윤이와 정현이는 모둠에 기여를 하지 못했고, 수많은 60점짜리는 평균으로 수렴되어 존재감이 사라졌다. 평균으로 수렴되는 과정에서 많은 구체성들이 폭력적으로 사라지고, 모두가 다시 60점으로 리셋되는 순간이다. 어른들은 이 평균을 높이기 위해 집단으로 반 전체가 기합을 받았던 추억들을 가지고 있다. 평균은 구체성을 평균으로 수렴하여 줄세우기를 쉽게 할 수 있는 마법을 발휘한다. 그 대상이 많아도 상관없다. 며칠 후 있을 수능 응시생 60 만명을 서열화 하는 평균(표준편차)의 힘이 펼쳐질 것이다. 평균의 이런 폭력성과 함께 또 하나의 문제는 평균은 누구에게도 맞지 않는 기성복이라는 것이다. 모두를 평균으로 수렴하지만, 그 어느 누구에게도 딱 맞지 않는 것이 평균이다.

 

이런 상상을 해보자. 옷가게에 들어간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데이터측정 장치가 온몸의 사이즈와 피부색, 걸음걸이, 날씨와 지리적위치, 평소 스타일 등을 읽어낸다. 한쪽에서는 재단과 봉제 시스템을 통해 빠른 시간에 맞춤형 옷을 만들어낸다. 3시간 후에 집으로 배달된다. 과거에는 평균체형을 바탕으로 기성복을 준비해 놓고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렸다면, 이제는 자기 몸과 스타일에 딱 맞는 옷을 맞춤형으로 제작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많은 정보를 속도감 있게 처리하는 빅데이타 시대가 도래 했기 때문이다. 보통사람의 평균 팔 길이 데이터를 만들어 내는대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 평균의 시대가 끝나고, 맞춤형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평균은 전체를 하나의 보편으로 수렴해내는 효율적 기능을 하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정확히 맞지 않는 불편한 개념이 되었다. ‘귀납연역을 오가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어제의 이론들이 오늘 무용지물이 되는 4차 산업시대, 기술융합의 현상이다. 앞으로 평균적 인간을 바탕으로 설계된 시스템은 종말을 고하고, 맞춤형시스템에 자리를 내줘야 할 것이다.

평균의 시대가 끝나고, 개별 맞춤형 시대가 열리고 있는 지금, 학교의 모습은 어떤가? 아이들은 모두가 다르다. 생김새가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재능도 다르고, 발달의 양상도 다르고, 꿈도 다르다. 평균점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개별적인 향상도 이고, 자기 성취도 이다. 학교 평균성적에 속지마라. 성적 양극화의 폭력이 은폐되어 있을 수 있다. 30점짜리는 계속 방치되면서 몇 명의 100점짜리가 평균을 지탱하고 있을 수 있다.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원과 자율성, 시간이 학교에 주어져야 한다. 1:다수의 강의식 교육이 다수:다수의 교육으로 변해야 한다. 교사의 수도 늘어나고 교육방식도 개별화 교육과정으로 나아가야 한다. 광주교육청은 몇 년째 학교중심의 예산을 우선시하고, 행정 업무를 강력하게 통제하여, 학교에 교육과정 편성운영권과 자원을 돌려 주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재남 광주교육청 정책기획관>

http://www.jnilbo.com/56352053307

 

<전일 광장>평균의 종말과 맞춤형 시대

사과, 배, 복숭아, 포도, 감 등의 열매들을 우리는 ‘과일’이라고 부른다. 과일이란 말 속에는 많은 열매들이 들어있다. 많은 열매들이 하나의 보편으로 수렴되어 과일로 표현 된다. ‘의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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