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2019.05.31.
몇 주 전 교육부에서 주관하는 해외 교육연수를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덴마크와 함께 북유럽의 대표적인 국가인 스웨덴과 핀란드 연수를 다녀왔다. 평소 북유럽 국가는 교육을 어떻게 하길래 늘 PISA 등 국제학업성취도 평가에서 1등을 독차지하는지 궁금했다. 요람에서 대학까지 국가가 교육비를 100% 부담하지만, 사회적 합의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공짜(?)로 학교를 다니면 돈 귀한줄 모르고 공부를 덜하고 나태할 것 같지만, 늘 1등을 유지하고 있으니, 오히려 국가가 대학까지 교육재정을 투입할 때 성적도 좋아진다는 ‘교육복지’와 ‘성적’의 높은 상관관계를 국가적으로 증명해 주고 있다. 이러한 교육복지 체제 아래서 학교교육은 어떻게 하고 있나 궁금했다. 학교를 방문해서 교장선생님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이러저러한 궁금증을 통역을 귀챦게 하면서 따라다니면서 물었다. 그 중에 정신이 번쩍 뜨이는 대목이 있었는데, 헬싱키에 있는 학교에는 학교감사가 없고, 영양사도 없고, 학교행정실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질문을 폭풍처럼 쏟아냈다. 감사가 없는 이유는 학교에서 예산을 집행하는 일이 많지않다는 것이다. 영양사 없이 학교급식은 어떻게 하냐고 했더니, 교육청에서 식단표를 일괄해서 제공하고, 식재로도 식수인원만큼 일괄 검수해서 배달해주기 때문에 조리사 3명 정도면 급식을 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행정직원은 몇 명이냐고 물었더니, 교장 비서직 1명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학교에서 간단한 문짝이나 시설등의 고장이 발생하면 어떻게 수리하냐고 했더니 학교별로 관리업체가 있어서 전화면 하면 번개처럼 와서 수리해주고 확인까지 해준다는 것이다.
수리비용은 어떻게 지급하냐고 했더니 교육청에서 지급한다고 한다. 필요예산은 어떻게 확보하냐고 물으니, 예산은 충분해서 편성과 운용은 학교에서 하고 집행은 교육청과 외주업체를 통해서 한다고 한다. 돈을 학교에서 직접집행하지 않으니 감사할 일이 없다. 학교에서는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운영하는 일이 가장 힘들고 어렵다는 것이다. 그 외에 아이들을 종합적으로 케어하기 위해서 스텝으로 간호사,상담사,체육지도사 등이 있다고 한다. 그들은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교사가 아니라 스텝이자 전문가로서 자기역할을 분명히 하고 있었다. 교사도 의사도 아닌 애매한 형식에서 주는 혼란보다는 차라리 전문가로서 학교간호사가 같은 시스템을 일찍 도입한 것을 보면 그들의 실사구시적 접근을 들여다 볼수 있다.
만약 우리 학교현실에서 감사, 영양사, 행정실을 없애는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잘 살펴보면 우리 학교의 시스템도 매우 좋은 강점을 가지고 있다. 학교를 근접지원할 수 있는 체계이고 학교 사정에 따라 다양한 조건을 맞춰서 학교운영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학교단위 회계가 독립되어 책임경과 함께, 학교운영위가 설치되어 학부모의 참여가 보장되고, 행정실이 있어서 각종 공문서나 예산집을 즉각적으로 할 수 있고, 이러저러한 시설관리를 상시적으로 할 수 있고, 자율적으로 후원금, 기부금도 받을 수 있고, 구성원들의 뜻에 따라 예산을 자율적으로 편성 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그런데 문제는 지금 부터다.
우리 체제의 장점을 잘 살리고 있는가의 문제다. 사소한 일이라도 자꾸 외부업체에 전화해서 해결하려들고, 학교의 자율성의 영역을 자꾸 상부시스템에 의존하려들고,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참여를 터부시하고, 조직의 비효율성과 시쳇말로 밥그릇싸움과 업무갈등, 집단이기주의, 낮은 책무성 등으로 학교의 역동성이 사라지게 될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 학생수가 줄어들고 학교규모가 작아지면 당연히 효율성의 문제가 제기될 수 밖에 없다. 교육의 본질에 집중하고자 하는 핀란드식 구조개혁에 관심이 가는 것이다. 전남, 서울 교육청 등 일부 교육청에서 학교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학교인력과 행정인력을 재조정하여 학교지원센터를 운영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학교가 오직 아이들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는 학교환경을 구성하는 일은 선진교육체제로 가기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된 것이다.
출처 : 남도일보(http://www.namdonews.com)